인천 계양구 민간동물보호시설로 신고된 업체에 고양이 사체가 캣타워에 매달린 채 방치돼 있다(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한송아 기자 = 정부가 동물보호 강화를 위해 시행 중인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가 신종펫숍의 '신분세탁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 일부 시설에서는 보호소로 신고됐지만 실제로는 동물이 방치된 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입양 문의를 하면 보호소가 아닌 펫숍으로 연결되는 사례도 실제로 확인됐다.
보호소라더니…펫숍 분양 유도한 민간동물보호시설
"고양시
보호소죠? 단체 홈페이지에 올라온 강아지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네, 그런데 고양시에는 성견(노견)만 있어요. 임시 보호소에 어린 강아지 있는데, 비슷한 강아지 있는지 알아보고 연락드릴게요."
잠시 뒤, '인천 보호소'라는 곳에서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상대는 "3개월령 품종 강아지가 있다"며 입양을 권유했다. 이어
"건강검진비랑 접종비 명목으로 25만~30만 원 정도 비용이 발생한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러나 전화 속 직원이 안내한 방문 주소는 인천 부평의 한 펫숍으로 등록된 곳이었다. 보호소라 믿고 연락한 시민이 사실상 펫숍의 분양 상담으로 연결되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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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시 민간동물보호시설로 신고된 A업체에 보호견 입양을 문의하자 펫숍 매장을 연결해 줬다. 사진은 해당 펫숍 내부에서 분양 중인 강아지들. ⓒ 뉴스1
정부 신고 보호시설 17곳 중 6곳 신종펫숍
4일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2025년 9월 기준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등록된 민간동물
보호시설 17곳 중 최소 6곳 이상이 신종펫숍으로 확인됐다"며 "부산 북구 3곳, 인천 계양구 1곳, 경기 고양시 1곳, 충남 천안시 1곳이 해당한다"고 밝혔다.
단체는 "운영 실태를 확인하기 어려운 시설까지 감안하면 실제 수는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며 전수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조사 결과, 일부 시설에서는 동물 방
치 수준을 넘어 심각한 학대 정황까지 드러났다.
인천 계양구에 민간동물보호시설로 신고된 신종펫숍 추정 업체. 동물들이 방치된 모습(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인천 계양구에 민간동물보호시설로 신고된 신종펫숍 추정 업체. 동물들이 방치된 모습(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인천 계양구에 민간동물보호시설로 신고된 A 업체는 한낮이 되도록 관리 인력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사육 공간은 배설물로 뒤덮여 있었고 약 30마리 동물이 방치돼 있었다. 심지어 캣타워에는 이미 숨이 끊긴 고양이 사체가 매달린 채 발견됐다. 현장은 사실상 '죽음의 우리'와 다를 바 없었다.
경기 고양시에 동물보호단체로 신고된 B 업체는 보호견 입양을 문의하자 서울에 있는 펫숍 방문을 유도했다. 해당 펫숍에서는 B 업체 홍보 영상이 상영되는 등 보호소로 신고된 시설을 펫숍 영업에 이용하고 있었다. 이 업체는 약 8개 지역에 펫숍 매장을 두고 입양 문의가 들어오면 가까운 분양 매장을 연결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고양시 민간동물보호시설에서 안내한 펫숍 전경 ⓒ 뉴스1
전국 30여 개 지점을 보유한 대표적 신종펫숍 C 업체 역시 부산 북구에서 '민간동물보호시설'로 신고된 사실이 확인됐다. 현장 조사에서는 파양 조건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등 비영리 시설 요건을 명백히 위반한 사례가 드러났다.
부산 북구의 D·E 업체는 기존 펫숍의 상호만 바꿔 보호시설로 신고했고, 동일한 연락처와 홍보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했다. 충남 천안의 F 업체 역시 신종펫숍과 동일한 상호로 신고가 수리됐다.
부산시 북구에 민간동물보호시설로 신고된 신종펫숍 추정 업체, 2층에는 보호소와 같은 이름의 펫숍이 위치해 있다(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신종펫숍과 동일한 홍보 이미지를 사용한 부산 북구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 업체(동물자유연대 제공) ⓒ 뉴스1
제도 허점 국회서도 지적…신종펫숍 신분세탁 막아야
이 같은 실태는 국회에서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10월 28일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표적 신종펫숍 C업체가 부산 북구 민간동물보호시설로 신고된 것은 제도의 심각한 허점"이라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동물자유연대는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는 과밀 보호소의 동물 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현재는 신종펫숍이 '합법 보호소'로 위장하는 통로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단체는 동물보호법 제37조 제7항을 근거로 "신고된 민간동물보호시설에는 환경개선비 등 보조금이 지급될 수 있어, 신종펫숍이 세금 혜택까지 받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가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며 "신종펫숍이 제도를 신분세탁 창구로 악용해 생명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행위를 즉시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내용이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오르자,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 담당자는 "해당 시설을 신고·수리한 지자체와 함께 현장 점검을 실시해 실제 비영리 목적으로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할 예정"이라며 "현재 신종펫숍 관련 제재를 강화하기 위한 여러 법안을 검토 중으로 제도 보완과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해피펫]
badook2@news1.kr 기자 admin@slotnar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