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 제104대 일본 총리로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가 저녁 첫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취임 한 달이 지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지지율이 여전히 ‘고공 행진’하고 있다.
최근 산케이·FNN 합동 여론조사에서는 75.2%, 니혼테레비·요미우리 조사에서는 70%대 초중반,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도 60%대 후반을 기록했다. 일본 정치사에서 총리 취임 직후 70%대 지지율은 드문 편은 아니지만 대부분 4개월 내 50%
야마토게임 이하로 급락했던 점을 고려하면 ‘다카이치 현상’은 정치권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총리가 쓰는 볼펜이나 가방이 불티나게 팔리는 팬덤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왜 일본은 지금 다카이치 총리에 열광할까. 일본 언론과 정부 관계자,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바다이야기고래출현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 총리들과 달리 새로운 스타일로 국민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명확하고 직설적인 언어, 인상적인 퍼포먼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직접 소통, 강력한 안보·경제 정책 추진 등으로 청년층과 중년층, 보수층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①명확한 언어와 강한 퍼포먼스 '젊은층 열광'다카이치 총리의 가장 큰 강점
사이다릴게임 은 분명한 메시지와 강한 퍼포먼스다.
일본 정치 저널리스트 다자키 시로는 지난 25일 TBS 방송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메시지는 매우 짧고 힘이 있다. 일본 정치인에게 드물었던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는 설명이 길고 모호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는 말을 아끼는 신중한 화법으로 고령층에게 지지를
우주전함야마토게임 받았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이미지가 약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퍼포먼스를 통해서도 선명한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미 해군 기지를 방문해 항모 갑판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어깨를 감싸며 ‘이 여성은 승자다’라고 말했을 때 다카이치 총리가 주먹을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던 것이 대
오리지널골드몽 표적인 사례다.
다자키는 "기존 일본 정치인과 달리 메시지가 직선적이고 행동이 분명하기 때문에 젊은 세대가 호응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젊은층의 지지율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산케이신문과 FNN이 지난 25~26일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에서 Z세대(18~29세)의 지지율은 89.1%에 달했다. 요리우리신문이 지난 21~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30대 이하 지지율이 80%였다.
지난달 28일 미국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원을 타고 일본 요코스카 미 해군기지를 함께 방문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왼쪽)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소개에 손을 들어보이며 인사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②SNS 기반의 직접 소통 정치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취임 직후부터 정책 설명, 일정 공개, 발언 배경을 X(옛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직접 전달하고 있다. 총리 집무실 업무 기록을 사진과 짧은 문장으로 게시하며 외교 무대에서 각국 정상들과 소통하는 사진 등도 자주 올리고 있다.
정치적 메시지를 언론을 통하지 않고 국민에게 직접 전달하는 방식은 기시다 총리 이전 일본 정치에서는 볼 수 없던 스타일이다. '정치인 = 엄숙함'이란 따분한 이미지에서 탈피해 '보여주는 정치'와 '보이는 정치'가 젊은 층과 40~50대 실무 세대에게 모두 호감을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1982년생 일본 정치운동가 겸 작가인 후루야 쓰네히라는 지난 18일 인터뷰에서 "젊은 층은 TV나 신문이 아니라 SNS에서 정보를 접한다. 다카이치 관련 게시물을 팔로우하지 않더라도 타임 라인에 자연스럽게 다카이치 총리를 띄우는 분위기가 흘러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들어 정책을 비교하며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좋아 보인다'는 느낌으로 지지가 형성되는 것 같다. 이런 분위기가 특히 젊은 층에서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총리 인기는 '정치 팬덤화'로 발전하고 있다. SNS에서 다카이치 총리를 ‘사나(サナ)’라고 부르며 다카이치 총리가 사용하는 제품을 따라 사는 이른바 ‘사나활(サナ活)’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다카이치 총리가 총리관저에 드나들 때 들고 다니던 검은색 가방이 온라인에서 '사나에 백'으로 불리며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나가노현에 본사를 둔 145년 전통 가죽 브랜드 '하마노 가죽공예'가 제작한 것으로 이 가방을 받아 보려면 주문 후 9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달 21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메모를 남길 때 사용한 분홍색 볼펜도 일시 품절이 반복되고 있다. 미츠비시 '제트스트림 멀티펜 라이트 핑크'라는 제품명이 알려지자 SNS에서는 "'사나'와 커플템을 만들고 싶다"는 댓글이 이어지며 구매 열풍이 번졌다. 가방·볼펜 구매 인증과 함께 다카이치 총리의 정책 공부까지 연결하는 게시물도 등장하는 등 '아이돌 팬덤'식 응원 문화가 정치 영역으로 확산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X(구 트위터) 캡쳐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21일 총리 관저에 들어서고 있다. 그가 들고 있는 검은색 토트백은 일명 ‘사나에 백’으로 불리며 전국적으로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 창업 145년의 전통을 가진 노포 가방 제조업체 ‘하마노 가죽공예’ 제품으로 나가노현 미요타정에 있는 공장에서 약 20명의 장인이 재단부터 봉제까지 거의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출처=산케이신문
③확실한 '친미 반중' 외교의 힘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일, 일중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 등 주요 외교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외교 무대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에 일본 언론에서는 '예상 밖의 외교 감각'이라며 호평하고 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 외무성 관계자는 다카이치 총리의 외교 일정 성과에 대해 "100점 만점"이라고 극찬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이시바 전 총리과 비교된다.
이시바 전 총리는 지난해 11월 11일 총리로 재지명된 지 일주일 뒤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당시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다른 정상들과 악수할때 혼자서 앉아서 하거나 회의 진행중 팔짱을 낀 모습, 스마트폰만 만지작 거리는 모습 등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당시 SNS에는 "일본의 리더로서 부끄럽지 않은 매너와 예의를 (지켜주기를) 부탁한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일본의 수치'라는 단어가 주요 검색어로 떠오르기도 했다.
보수 성향의 일본 시사 잡지 '월간 하나다'의 하나다 노리요시 편집장은 "이시바 전 총리는 재임 중 다카이치 총리만큼 미국 측과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지 못했고 APEC 정상회의에서도 혼자 계속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다카이치 총리 취임으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운데)가 지난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2세션에서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④청년·중년층 겨냥한 경제 정책 효과
다카이치 총리는 안보 분야에서는 방위비 확대와 안보3문서 개정 등 군사력 강화, 미일 동맹 강조 등 보수층이 선호하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경제 정책에서는 청년·중년층을 겨냥한 ‘책임 있는 적극 재정’과 신속한 물가대책을 제시했다. 현재 다카이치 내각이 고물가 대응과 경기 회복을 위해 수립 중인 경제 대책 규모는 20조엔(약 188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다 편집장은 "다카이치 총리의 경우 정책 방향이 명확하다는 점이 크다. 이시바 전 총리는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무엇을 했는지가 잘 보이지 않은 채 1년이 지나갔다. 반면 이전에 다카이치 총리에 대해 몰랐던 사람들도 추진하는 정책을 알고 나서 그에게 호감을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 6월5일 도쿄의 한 횡단보도. 사진=뉴시스
■전문가들 "실적 아닌 기대감 반영..앞으로가 고비"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높은 지지율이 '실적'이 아닌 '기대감'에 기반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지금은 '뭔가 해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높은 지지율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부터가 진짜 고비"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의 직설적 언어가 외교적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총리의 지난 7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 대만 유사 관련 답변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만 유사 상황이 일본 자위대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한 다카이치 총리 발언에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고 보복 조치를 잇달아 내놓았다. 그 결과 총리 취임 이후 순조롭게 출발했던 중일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다카이치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대만 문제로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고 말한 것이 알려지면서 일본 정부 내에서는 미일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8일 중국 소셜미디어에 퍼진 동영상 장면. 류진쑹 중국 외교부 국장(오른쪽)이 뒷짐을 지고 있고 가나이 마사아키 일본 외무성 국장은 옆에서 상체를 약간 굽힌 자세를 취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 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중국이 강하게 반발한 가운데 가나이 국장이 중국 베이징으로 급파됐지만 이같은 장면이 공개되면서 갈등 구도만 더욱 부각됐다. 사진=연합뉴스
다카이치 총리의 독단적 리더십이 포퓰리즘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전문가 견해도 있다. 특히 일본 국민들이 기대하는 적극 재정 정책이 과도하게 확장되면 재정 악화, 중산층 부담 증가, 외국인 정책 강화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다카이치 내각의 대규모 재정확대 정책으로 재정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시장에서 엔저·주가 하락·채권 가격 하락의 트리플 약세가 나타나고 있다.
다카이치 내각은 이날 약 18조3000억엔 규모의 2025회계연도 추가경정예산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국채를 11조6900억엔 추가로 발행한다. 직전 회계연도 추경예산안(13조9000억엔)보다 더 커졌고 국채 발행 규모는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에 지난 2022년 영국에서 재정 불안으로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트러스 쇼크’와 같은 사태가 일본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1월 통상국회 전까지 지지율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그 이후 지지율 추이는 정책 성과, 중국과의 관계, 경제 지표 등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금 일본 정치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지만 지금과 같은 인기가 지속될 지 여부는 조만간 시험대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그린 벽화가 도쿄 미나미아오야마의 아오야마 거리에 등장했다고 산케이 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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