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에게 승률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 승소 가능성이 높은 사건만 맡으면 승률은 얼마든지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패소는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아니, 익숙해지지 않으려 한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약 3년 전, 필자는 건축물분양법에 따른 약정해제권을 근거로 한 상가 분양계약 해제 소송을 맡았다. 당시 하급심 판결들은 대규모 분양사업의 경제 논리를 앞세워, 단순히 처분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는 해제권을 인정하기 어렵고, '계약 목적의 달성 가능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위반'이 있을 경우에만 해제권을 인정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릴게임온라인 단순했다. 분양계약서에는 "분양사업자가 건축물분양법을 위반하여 시정명령, 과태료, 벌금 등의 처분을 받을 경우, 수분양자는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었고, 이는 법에 따라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법정 문언이었다. 이 사건에서 분양사업자는 이미 벌금형 처분이 확정된 상태였다.
소송 과정에서 약정해제권의 발생 여부가 핵심
릴게임오션파라다이스 쟁점이 되었고, 법원은 이 부분에서 우리 측 법리를 상당 부분 받아들였다. 분양사업자의 위반 행위가 계약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정도로 중대하지 않더라도, 처분이 존재하는 이상 약정해제권은 발생한다는 점을 명확히 인정한 것이다. 신탁사와 시행사의 피고적격, 근저당권 설정, 인테리어 공사로 인한 원물 반환 불가능 여부 등 부수 쟁점들 또한 대부분 우리 주장이
알라딘릴게임 받아들여졌다.
그럼에도 1심의 결론은 '해제권의 제한'이었다. 법원은 이미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져 계약의 목적이 달성되었고, 수분양자에게 실질적인 손해가 없으며, 사전분양에 관여한 사정까지 고려할 때 해제권을 이미 포기하였거나,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해제권의 행사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수분양
황금성릴게임사이트 자는 분양사업자가 처분을 받은 사실을 뒤늦게야 알게 되었고 그 발생 사실조차 몰랐던 수분양자가 해제권을 이미 포기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신의칙을 이유로 해제권 행사를 제한한 판단에는 의문이 남았다.
더 근본적으로, 계약서상 해제조항이나 건축물분양법 어디에도 수분양자의 자격이나 사전분양 관여 여부에 따라 약정해제권을 제한한다는
릴게임 근거는 없다. 약정해제권은 분양사업자의 위반 및 그에 따른 처분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연동되어 발생하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문언에 없는 요건을 신의칙이라는 일반원칙으로 보완하는 해석은, 사법의 해석 권한이 입법자가 설정한 규범 구조를 넘어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해석은 입법취지의 측면에서도 문제를 남긴다. 만약 불법 사전분양에 관여한 수분양자는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본다면, 분양사업자는 모든 분양을 사전분양 형태로 구성해 약정해제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제재는 법 위반의 주체인 분양사업자가 아니라 수분양자에게 귀속되는 기형적 구조가 된다.
물론 비교적 경미한 위반으로 사업 전체가 흔들리는 결과가 가혹하다는 문제의식은 이해할 수 있다. 사전분양에 관여한 수분양자의 해제 주장에 감정적 저항이 따를 수 있다는 점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고려는 입법자가 제도를 설계할 때 반영할 영역이지, 사법이 문언을 넘어 일반원칙으로 보완할 문제인지는 신중하게 구분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전분양에 관여했다는 사정만으로 수분양자의 해제권을 제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현실의 분양시장은 구조적으로 정보 비대칭이 뚜렷하다. 분양사업자는 인·허가 진행 상황과 법적 리스크, 행정처분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독점하지만, 수분양자는 이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사전분양 참여만으로 신의칙상 권리 행사를 제약하는 것은 오히려 형평을 해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문제의 초점은 개별 당사자의 도덕성보다, 정보 비대칭 하에서 신의칙이 어디까지 정당하게 작동할 수 있는가에 있다. 신의칙은 균형의 원리이지만, 그 적용이 오히려 계약 구조상 약자의 권리 행사를 제약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면, 그 한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과는 패소였다. 패장으로서 오랫동안 쟁점과 판단 구조를 되짚었다.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과 이를 제한하는 신의칙의 경계는 과연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 ― 그 질문은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패소의 순간에는 아쉬움이 컸다. 물론 나의 부족함도 있었겠지만, 대법원에 이르기만 한다면 문언의 취지에 맞게 결론이 정리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의뢰인은 1심 패소로 인한 소송비용 부담과 심리적 압박으로 항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의뢰인에게 "기존 실무의 흐름상 매우 험난한 싸움이 될 것, 그러나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는 판단을 분명히 고지하고 시작한 길이었다. 우리는 계약서의 문언을 믿고 도전했지만, 1심 패소 후 체감되는 현실의 벽은 예상보다 더 가혹했다. 나는 수임료 조정을 제안하며 항소를 권했지만, 의뢰인이 마주한 현실의 벽은 높았다. 소송에는 언제나 위험이 따르기에, 더 이상의 권유는 쉽지 않았다.
그렇게 사건은 멈췄다. 의뢰인은 "논리는 받아들여진 것 같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말은 지금도 마음에 남는다.
변론이 종결된 이후 선고된 대법원 판결들은, 유효한 계약상 권리 행사를 신의칙으로 제한하는 것은 사적 자치와 법적 안정성에 대한 중대한 예외이므로 매우 신중하게 접근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대법원 2024. 4. 4. 선고 2022다239131, 2022다239148 등 참조). 이어 2025년 12월 24일 선고된 대법원 2025다215248 판결은, '매도인의 귀책사유로 인해 매도인이 건축물분양법 제9조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 매수인은 이 사건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해제조항을 해석함에 있어, 약정해제권의 발생요건은 계약에서 정한 문언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며, 위반사항의 경중과 관계없이 건축물분양법 위반으로 시정명령이 내려진 이상 수분양자에게 약정해제권이 인정된다고 명확히 밝혔다.
이러한 흐름은 사법이 결과적 타당성보다 입법자가 정한 문언과 구조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 계약의 예측 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이라는 계약법의 기본 질서를 스스로의 한계 속에서 지켜내려 한 과정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만약 이 사건이 항소심과 상고심까지 이어졌다면, 결론이 달라졌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당시의 판단이 완전히 틀리지는 않았음을 뒤늦게 확인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항소조차 선택할 수 없었던 의뢰인이 이 소식을 접한다면 어떤 생각일지 떠올릴 때마다 그 무게가 남는다.
법과 계약서를 믿고 소송에 임한 사람들의 신뢰는 사법의 단계에서 지켜져야 한다. 계약이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은 계약법의 근간이다. 명백한 문언 외에 새로운 요건이 덧붙여지기 시작하면, 계약에 대한 신뢰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신의성실의 원칙은 계약 정의를 바로 세우는 중요한 일반원칙이지만, 대법원의 판시와 같이 구체적 사실관계를 전제로 엄격하고 예외적으로만 허용될 때, 비로소 계약의 문언과 사적 자치가 존중되는 계약법 질서 속에서 조화롭게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은 의뢰인에게 승리를 안겨드리지 못한 변호사로서, 내게는 여전히 무거운 기록이다. 그러나 동시에 사법과 입법의 경계가 어디에 놓여야 하는지 다시 질문하게 한 사건이기도 했다. 익숙해지지 말아야 할 것은 패소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지점에서 고민을 멈추는 태도다. 계약의 문언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 또한, 그렇게 끝까지 질문을 멈추지 않을 때에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고 믿는다.
박사훈 대표변호사(법률사무소 A&P)